2021. 3. 22. 17:16ㆍ일상
함정이 두개
점심시간 오늘도 뭘 먹지 고민하다가 알밥을 먹으러 간 김가네. 호기롭게 들어갔지만 물론 알밥은 없었다. 참 점심시간은 내맘처럼 되는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김가네에서 알밥을 먹어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무슨 자신감으로 알밥을 찾으러 거길 갔나 싶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치즈김밥과 라면을 주문했다.
한편 나는 오이와 깻잎을 싫어한다. 그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그 향을 싫어한다. 그리하여 혹시라도 두 개가 김밥에 들어갔나 유심히 메뉴판을 살펴봤다. 보아하니 저 속재료들과 밥사이에 얇게 보이는 초록색, 깻잎이다. 조심스럽게 주인 아주머니를 호출한다. “김밥에 깻잎은 빼주세요.” 역시 K-패스트푸드, 주문한지 2분만에 김밥이 나왔다. 맛있게 먹으려고 젓가락을 드는 찰나 꽁지 부분에 곧게 솓아있는 오이를 발견했다. 맙소사 오이가 왜 저기에.. 믿을 수 없어 메뉴사진을 다시 보니 속이 꽉찬 김밥속 당당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오이가 보였다. 함정이 두개였던 것이다. 아니 그 얇은 깻잎을 보고 빼달라고 했으면서 저렇게 당당하게 들어있는 오이를 못볼수가 있나?
어쩔 수 없이 김밥을 한 개 먹을때마다 손수 오이를 하나하나 빼며 김밥을 먹었다. 참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양반이 오이가 싫다는걸 세상에 자랑이라도 하듯이 하나하나 빼고 있는 모습이 조금 민망했다. 이래서 깻잎도 빼달라고 한건데…
식사를 마친 접시에는 오이가 조그만 동산으로 쌓여있었다. 점원분은 내 그릇을 치우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사실 별생각 안하겠지만 이게 남기고 온 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민망하기는 하다. 다음에는 꼭 오이를 빼달라고 해야지. 다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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