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성인을 만났다.

2021. 6. 28. 22:40생각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맞은편에는 술취한 남자가 양옆으로 휘청이며 앉아있었다.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던 상황이었던지라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속으로 욕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휘청대 신경거슬리게', '술을 왜 저렇게 마실까?' 라며 이름도 나이도 모를 사람을 비난했다. 주변 다른 승객들도 아마 비슷한 시선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몇 정거장을 갔을까 한 남녀가 그 취객의 옆에 앉게되었다. 취객은 얼마간 휘청대더니 어느새 옆에 앉은 남자의 어깨에 기대 잠들었다. 난 그 모습을 보며 '아 얼마나 짜증날까'라고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취객을 계속해 비난했다. 남자의 여자친구로 보이는 일행은 기대 잠든 남성을 보고 '오빠 괜찮아?'라며 걱정했다. 그리고 그 남자의 대답은 나를 순식간에 부끄럽게 만들었다. '아 괜찮아. 많이 피곤하신가보다.'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름도 모를 취객이 술냄새를 풍기며 어깨에 기댄다면 누구라도 화를 내거나 머리를 치웠을텐데 별일 아니라는듯 어깨를 내어주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지하철에서 성인을 만난 기분이었다. 한편으론 나에게 아무런 피해도 끼치지 않은 사람을 비난하던 나의 모습이 부끄러워졌다.

 

집으로 귀가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인품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표현된다. 나는 어떻게 나를 표현하고 있었을까? 신경질적이고 예민하게 나도 모르게 사람들을 비난하진 않았을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사람들을 배려하는 자세를 가지고 살자고 항상 다짐하지만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다.